Discoverer. Nam Taehyun
사우스클럽, 유럽 투어 2화







남동현이 제일 신났다. 사실 투어 떠나기 전부터 동현인 내게 “파리에 가보는 게 꿈!”이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다. “촌스럽게 왜이래? 집어쳐.”라고 농담 반 핀잔을 주기는 했지만, 솔직히 형으로서 기분은 좋다. 동생이 즐거워하는 하는 걸 보니 웬만한 일에 잘 반응하지 않는 무뚝뚝한 나도 꽤 뿌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 아이는 파리에 도착하자 마자 에펠탑을 보러 가겠다고 난리 법석이다. 다행히 파리 일정은 느슨하다. 런던과 마드리드에서 쉼 없이 공연하고 방송하고 인터뷰하고 화보까지 찍는 강행군이었으니 파리에선 좀 쉬고 싶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 마음을 헤아려준 매니저 누나의 호들갑 덕분에 여유 있게 파리를 여행할 수 있었다.





고작 몇 시간 거리 밖에 안 떨어진 도신데도, 파리와 마드리드는 꽤 달랐다. 마드리드 사람들은 누구를 보든 어디에서든 하하하하하 웃고 파리지앵은 눈 맞춤하며 싱긋 웃는다. 누가 ‘시크’한 도시 아니랄 까봐. 지나가는 사람들의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 화장기 없는 부스스한 얼굴, 그냥 다 구겨진 무채색 옷을 툭 걸쳤을 뿐인데도 뭔가 멋스러운 패션, 구름이 머리에 닿을 기세로 축 내려 앉은 회색빛 하늘을 보며 ‘정말 파리 같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이 풍경을 찍어 보내고 “여긴 파리가 아니야.” 라고 해도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챌 거다. 아무튼 파리는, 고양이 같은 도시다. 갑자기 집에 있는 폴리, 잔, 달이 보고 싶네. 그렇다. 나 지금 의식의 흐름대로 끄적거리고 있는 거 맞다. 그리고 멤버들과 함께 본 루브르 박물관, 마레 지구의 골목, 정처 없이 서성였던 이름 모를 길들, 길 가다 툭 들어가 마셨던 쓴 커피와 바삭한 크로와상, 허름한 부티크 쇼윈도에 진열돼있었던 녹슨 은팔찌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한 덩어리가 돼서 내 안에 ‘파리’라는 단어로 남았다.







공연장도 파리다웠다. 아주 오래 전엔 도살장이었던 이곳은 지금 문화, 예술 이벤트가 열리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그 공원 안에 위치한 우리의 공연장 ‘라 트라벤도La trabendo’는 롤링 스톤즈, 트웬티 원 파일럿츠 같은 뮤지션들도 오른 적이 있는 멋진 무대를 가진 곳이다.
 

오늘 우리는 우상 같은 이들, 선망했던 밴드가 섰던 그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잔뜩 들떠 있다. 열심히 하지 않은 공연은 없지만, 오늘은 정말 그 어느 때보다도 최선을 다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고 다짐하며 무대 위로 향했다.











짧지만 긴 파리 여정이 끝나고 쾰른으로 넘어가는 길. 프랑스에서 벗어나 독일로 진입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는 유로스타 창 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이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부드러운 곡선과 오밀조밀, 다채로운 색감의 건축물에서 단정하고 곧은 직선을 가진 초콜릿 색 건물로 바뀌면 “아, 독일에 왔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환하던 창 밖에 어느새 어둠이 깔렸다. 저녁이 오고도 한참을 더 달린 후에야 쾰른에 도착했다. 게르만 혈통이 분명해 보이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호텔리어에게 “우리는 동방에서 온 락밴드야.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지쳤는데, 서비스로 웰컴 드링크라도 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물론 농담이다.) 그러자 돌아온 답. “미안하지만 안되겠어. 우린 독일 사람이라 예외 상황에 익숙하지 않거든.” 예상치 못한 답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더니, 그가 한쪽 눈을 찡긋 감아 보인다. 장난이라는 뜻이다. 이런. 나 지금 독일인한테 ‘농담’으로 진 거야?







방에 올라가 짐을 풀고, 피곤해서 곧장 눈을 붙였다. 아주 잠깐 붙인 것 같은데 벌써 아침. 파란만장한 여정 끝에 드디어 오늘, 올 것 같지 않았던 마지막 공연을 한다.

모든 걸 불태우기로 맘먹었으니 있는 힘껏 달려봐야지. 몸은 많이 지쳤지만 정신은 매일 더 날카롭게 ‘말짱’해지고 있다. 투어가 끝나면 남은 에너지 다 불사르며 놀 생각이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아쉬움에 땅을 치지 않으려고 말이다.





사우스클럽의 첫 유럽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런던부터 쾰른까지 내내 우리와 함께한 프로모터 다니엘과 가브리엘, 망사 스타킹이 멋졌던 프랑스 스태프들, 베티 붑을 닮은 영국 매거진 편집장님, 멋지게 사진을 찍어 준 독일 공연장의 음향감독님, 멋진 통역 실력만큼 멋진 바와 레스토랑을 소개해 준 스페인 통역사 예지씨, 파리지앵 분위기를 물씬 풍긴 프랑스 통역사 도연씨… 그리고 한국에서부터 여정이 다 끝날 때까지 우리를 촬영하느라 고생을 바가지로 한 창원 형과 지원누나, 무엇보다 늘 고마운 우리 멤버들 ? 원영형, 건구형, 동현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후에야 고마운 마음을 떠올리다니. 역시 나는 아직 멀었다. 엄마가 사람이 가장 귀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주변에 있을 때 잘하고 가까이에 있을 때 고마워하라고 늘 귀가 없어지도록 말씀하셨는데. 쑥스러운 마음에 표현은 잘 못하지만, 사실 늘 감사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게 아니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지켜 나가야 할 것들을 잊지 않으면,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여정의 끝자락에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계속 발전하는 좋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새삼스런 생각을 했다. 떠나지 않았다면 잊거나 느끼지 못했을 마음과 다짐들을 곱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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