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er. Analog-In
이방인들

[Analog-in Cuba]_이방인들
 

화면 안에서

꽤 적당한 크기의 정해진 프레임, 그 화면 안에서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고 연기할 수 있다. 그러나 화면 밖으로 나왔을 때, 몸 안에 깊숙이 베인 습관을 바꾸면서까지 본래의 모습을 조작하기란 어려운 일. 그것은 화면이 아닌 실제 마주하는 대상 앞에서 인간은 진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쿠바의 창문 밖은 꾹꾹 눌러 쓴 편지 같은 일들로 가득했다. 무언가를 대할 때, 실속 이상으로 꾸밀 필요가 없었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 대했다. 많은 부분이 달랐지만 그들은 우리를 아주 다른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거리의 꿈

따로 정해진 수면 구역이라는 것은 없었다. 낮이고 밤이고, 볕과 별처럼 쏟아지는 잠에 온전히 취해있었다. 다가오는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배회하는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도 없이.







쿠바식

'점심이니까, 시간이 되었으니까' 하며 끼니를 채우려 하지 않았다. 배꼽 시계가 울리면 그제서야 근처의 식당을 찾아 나섰다. 줄곧 길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에게 위치를 묻곤 했고, 꽤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쿠바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는 '무뚝뚝함'이 아닐까 싶다. 마주쳤던 대부분의 쿠바 사람들은 어떤 의도에서든지 그들은 항상 부드럽고 상냥했다. 그것은 준비된 음식에서도 묻어나 있었다. 한 입에 먹기 좋게 잘린 땅콩 버터나 풍덩 빠질 것 같은 고체 형태의 잼이 가진 부드러움처럼..







색칠

쿠바에게만 지정된 색. 이들이 입고 있는 옷, 건축에 덮인 페인트, 올드카, 음식 등 이 모두는 서로의 색을 방해하지 않았고, 생색내지 않았다. 조화가 필요했던 것일까? 우리는 인위적으로 보정이 안된 것들 사이에서 내려놓을 것들을 선별했다. 조급함, 욕심, 속임 같은 것들.

그렇게 거리를 더 좁히고 난 뒤, 비로소 좁은 틈 사이에서 자연스레 빠져나간 것이 있었다. 오늘을 어지럽게 하는 감정. 바로 '간절함’.

내일이 없는 것처럼, 저무는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이곳에 물들어 있는 색처럼, 우리도 그 색에 조금씩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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