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er. HOOLA
버려진 곳들,
도시 유적지

인류는 장소를 만들고 그 장소와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일까, 표준화되고 익명화된 도시공간에서 시간이라는 거대한 태풍을 맞고도 오랫동안 살아남은 장소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수도 파리에서의 일정을 마친 우리는 렌트카를 타고 프랑스 외곽에 위치한 도시를 다니면서 버려지거나 방치된 오래된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몇 시간씩 들판을 달려 당도한 곳은 때론 수풀로 뒤덮인 밀림 속 유적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도 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들여다보고 그 아름다운 주름을 매만지는 일은 낯설면서도 전율을 일으키는 경험이었다. 고고학자가 발굴장을 조심스레 오가듯이 폐허가 된 옛 공간을 거닐며 순간과 영원이 갈리는 찰나에 대한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머무르지 못한다는 사실, 그러나 그냥 사라지지 않는 존재의 무게.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에 인가 남아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낯설고도 익숙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샤토 메네셰트
Chateau Mennechet




 
파리에서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어느 평화로운 마을 어귀를 지나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고혹적인 자태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풍경과 조우에 우리는 한참이나 넋이 나가 있었다.


 

 

19세기에 지어진 건축물로 당시 시리욱수 껑의 시장이었던 ‘알퐁소 메네셰트’가 자신의 그림, 조각품 및 토기 컬렉션을 소장하기 위한 박물관으로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성되기 전 숨을 거두면서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이후 1차,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이후 오랫동안 폐허로 방치되었다.




 
언덕배기에 자리한 이곳을 오르는 동안 우리는 무릎 높이에 이르는 풀밭을 한참이나 가로질러야 했다.



 

          
천장과 창틀은 사라진지 오래다. 마치 오래된 신전을 보는 듯 하다.

    




인간에게 버려졌을 때, 그곳은 빠르게 야생 생물의 식민지가 된다.


 

 
미완의 건축으로 남겨진 이곳은 어쩌면 야생에 노출된 시간 동안 가장 어울리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 게 아닐까?            


          
마켓 레쓰 릴
Grands Moulins de Marquette-lez-Lill




  
파리에서 두어 시간 달려 도착한 프랑스 북부공업지대의 중심도시 릴, 이곳에서 우리는 거대한 공장을 발견했다. 시간의 풍화작용으로 부식하고 스러져 수풀로 뒤덮인 이 인공 건축물은 릴의 상징적인 황무지 중 하나. 1920년대 지어진 밀가루 공장 건물로 당시 최첨단 기술로 지어져 규모나 설비면에서 단연 압도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초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시장이 붕괴되면서 1989년 문을 닫고 25년간 폐허로 방치되어 왔다.


 

 

입구를 알려준 또 다른 도시탐사자


 

  

월담의 현장



 

 
벽에 난 구멍을 타고 넘어 부지로 들어서자 우리는 밀림 속의 유적과도 같은 광경에 압도되었다.



 

   
이곳에 들어서자 그간 북성로에서 만났던 수많은 폐허와 같은 익숙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잘려지고 파쇄되고 남겨진 그 모든 잔해 사이로
 
 


건물 어디에나 있는 그래피티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오른 8층 높이 옥상에서



 

           
언젠가 수백명이 아니 수천 명이 일했을지도 모를 이 공간, 그들의 영혼이 이 어딘가에 남아있을까?

            
           
           
숲 속에 자리한 2차 세계대전 벙커
WW2 Bunker




 

파리 근교 마을 숲 속에서 발견한 거대한 터널.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본래 채석장이었다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 의해 점령되면서 벙커로 사용되었다. 당시 독일 군대는 A4라는 장거리 로켓을 개발하였고, 이곳은 로켓 보관기지가 되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군대는 철수하였지만 공간은 그대로 숲 속에 그대로 방치된 채 모험심 강한 탐사자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사실 우리에게 이번 탐사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이전 탐사자들이 웹상에 남겨놓은 어렴풋한 설명과 사진만으로 우리가 과연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현지인들도 찾기 힘든 이런 숨겨진 공간이 우리에게 허락될지, 긴장된 마음으로 숲 속을 걸어 들어갔다.

 


  
숲 속에서 마주친 그래피티가 있는 건물 앞에서

숲 속에 들어서자 곳곳에 스프레이나 매듭으로 방향을 표시해 둔 표식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작은 참호와 심상찮은 건물들도 눈에 띄었다.



 

           
직감이 이끄는 대로 풀숲을 헤치고 비탈길 따라 내려가다 마침내 숲 곳곳에 터널 안으로 이어지는 입구를 발견했다.


 


  

서늘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 게이트. 우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 터널은 어디로 이어질까? 두려움 반 흥분 반으로 우리는 철문 안으로 들어섰다.
 
 



터널 안에 불빛을 비추자 아치형의 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길이 이어졌고, 계속되는 갈림길 속에서 다시 되돌아 나갈 수 있을지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다행히 벽면에는 수많은 탐사자들이 남긴 그래피티 자국들이 이어졌고, 혹시 안에서 길을 잃을까 출구방향도 표시해 둔 흔적이 있었다. 채석장의 흔적과, 벙커로 사용되던 당시 전깃불을 밝혔던 전선들을 보며 저 안에 무엇이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손전등과 랜턴으로 이 길을 더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거기다 바깥과 10도 이상 차이 나는 차가운 공기를 뚫고 끝까지 가기에는 옷차림이 너무 가벼웠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길을 돌아 나왔다.


 

 

차갑게 내려간 체온을 데우는 따스한 햇빛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전쟁이라는 극악한 상황 속에서 이곳에서 벌어졌을 일들이 떠올라서 였을까. 터널 안에서의 시간은 너무나 무겁고 차가웠건만, 바깥의 숲이 안겨주는 초록의 전경과 싱그러운 풀내음은 온 몸과 마음을 녹여주었다.
 

평범한 마을 뒷산 같은 곳에 이런 전쟁의 현장이 버젓이 남아있다는 것이 끔찍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감싸안고 땅으로 끌어내리는 식물과 자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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