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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영혼을 담은 노래,
파두(Fado)

포르투갈을 두 번째 원정지로 선택한 갖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한 이유는 그들의 음악, 파두(Fado)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포르투갈에는 파두로 유명한 두 지역이 있다. 하나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다른 하나가 대학도시로 유명한 코임브라이다.


 

 

숙명(Fatum)이란 뜻을 가진 파두는, 포르투갈 사람들의 영혼을 담고 있다. 보통 기타라(guitarra)라고 하는 12현의 포르투갈 전통 기타와 클래식 기타, 이렇게 두 대의 현악기의 반주에 노래하는 파두는 기원이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19세기 무렵 리스본 알파마 지역의 노동자 계층이 사는 곳에서 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가난한 이들의 노래였던 탓에 파두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여기저기 파두 하우스가 생기기 시작했고, 월드뮤직장르에도 파디스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처음 파두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우리나라 전통음악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여러 가지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노래하는 창법이며,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어도 마음을 찌릿하게 하는 뭔가가 우리 음악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도 유명한 마리짜(Mariza) 파디스타의 구슬프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노래를 들으며, 포르투갈이란 나라가 더욱 더 궁금해졌다.


 

 
          
청춘의 파두, 코임브라
   




이제야 익숙해진 포르투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지만, 드디어 파두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중세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코임브라는 대학을 중심으로 지어진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도시들의 활기찬 분위기보다는 차분한 느낌이 강했다.    
      
촉촉히 비가 내리던 이 곳에서 우리의 첫 파두를 들으러 카페로 향했다. 딱히 공연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카페라고는 부를 수 없는, 이를테면 라이브카페와 비슷한 형태의 공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른 저녁부터 공연하는 이곳은 높은 천장의 돔이 있었는데 그 곳이 바로 무대였다.


 

  

코임브라의 파두는 리스본과는 매우 다르다. 우선 남자만 대학을 다닐 수 있던 19세기에 파두가 형성되었기에 코임브라의 파두는 전통적으로 남자만이 불렀다. 여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되어 유난히 사랑 이야기를 다룬 가사가 많다고 한다. 사실 남자 파디스트가 부르는 힘찬 노래에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세레나데 같은 코임브라의 파두는 리스본의 파두에 비해 더 서정적이고 순수하다. 우리가 갔던 파두 하우스도 남자 파디스타가 검은 망토를 입고 노래를 했다. 해리포터에나 나올 것 같은 검은 망토는 코임브라 대학생의 교복과도 같은 복장인데, 이 또한 전통적인 공연 문화다.
 
 

리스본의 파디스트를 만나다.

리스본에 도착한 후, 파두가 자주 불리었다는 지역인 알파마로 향했다. 알파마 지역은 1755년에 있었던 포르투갈 대지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서 오래된 집과 거리가 그대로인 곳이 많았다, 차도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 거리에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씩 켜질 무렵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파두를 만나러 갔다.



  

여행 전 찾아봤던 다큐멘터리의 도움으로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파두 바 안으로 들어섰다. 좁은 공간 안에 사람들이 빽빽이 앉아있었다.

 

한 눈에 다 보이는 바 안을 둘러보는데, 테이블에 손님인 줄 알았던 사람이 일어나 기타 연주자 사이에 섰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아주 고요히 감정을 잡은 후 노래를 시작했다. 마이크도 없이 오로지 목소리의 성량만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노래의 힘. 때로는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고, 때로는 흐느끼듯 읊조리는 듯. 내 마음 또한 저 밖의 파도처럼 넘실대기 시작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무대의 격’이라는 것도 이곳에선 참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까이 마주한 곳에서 연주하는 아티스트들, 그들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으려 숨소리조차 작게 내는 관객들. 모두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실 우리의 전통음악도 사랑방이라는 공간 안에서 생생히 듣지 않았던가. 이곳에서 파두란 그냥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같은 것이었다.          
           

         
 
밖에서 슬쩍 보니 유난히 사람이 많은 파두 하우스가 있었다. 작은 바 안에 현지인과 몇 명의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자리가 났다며 들어오라고 했다. 공연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들어가 간신히 몸만 앉아서 노래를 감상했는데,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파디스트를 만나게 됐다.          
 

반짝이는 옷을 곱게 입으신 흰머리의 할머니가 앉은 테이블에서 힘겹게 일어나 기타 연주자들 사이로 걸어왔다. 힘이 없어 보이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노래를 하는 순간, 우리는 그 목소리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주름진 손은 할머니의 거쳐 온 세월을 말했지만, 파두를 부르는 목소리와 촉촉한 눈빛에서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을 읽을 수 있었다.
 



공연이 너무 좋았던 우리는 다른 관객이 다 빠져 나가고 난 뒤에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아쉬워하는 우리의 반짝이는 눈이 귀여웠는지 파두 바의 주인아저씨와 함께 흥겨운 듀엣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호흡 하나 흐트러짐 없이 리듬에 맞춰 가벼운 춤을 추시던 할머니를 보니 음악을 진정을 즐긴다는 게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40년쯤 후에 우리도 저런 열정을 가지고 여전히 연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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