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er. Gong Yoo
겨울 새로운 모험을 찾아서

매년 겨울이면 머릿속에서 맴돌던, 겨울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다는 신비한 오로라를 이번 겨울 찾아 떠나기로 했다. 먼저 어디로 떠날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몇 개의 극지방을 검색한다. 캐다나 옐로우나이프, 노르웨이 트롬소, 아이슬란드 레이카비크 등. 지역 이름만으로도 신비하고 특별함이 묻어난다.


올 겨울의 모험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새로운 여정, 그곳에서 만날 새로운 사람들. 생각만으로도 흥분된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그들과 어떤 순간을 마주하고, 경험하게 될 것인가. 그 어떤 시즌보다 겨울이란 계절은 더욱 새롭고 신비롭다. 눈보라, 추위가 에워싸는 혹한을 경험하면 나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짐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감 또한 증폭된다.
 

생각보다 따뜻한 산 아래 마을….

 

이번 겨울 여정의 시작은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작은 마을이었다. 저 멀리 산 자락에 소복하게 쌓인 눈이 보인다. 그러나 이 마을은 그 풍경에 반해 따뜻하고 온화했다. 인적 드문 작은 마을을 감싸는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친구와 함께 산책을 시작했다.



온화한 기운을 뚫고 가끔 마주한 바람은 겨울이란 계절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조그마한 마을을 쉬엄쉬엄 한 바퀴 돌아본다. 이곳의 새로운 공기는 낯설지만 우리 앞에 있는 새로운 여정, 풍경 등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다. 그리고 그것에 조용히 집중해본다.
 

친구들은 벌써 떠날 채비를 마쳤다. 이 마을에서 잠시 따뜻함을 마주했지만, 우리가 오를 산에서 겨울과 만나게 될 것이다.

    




   
구불구불 한없이 이어진 길을 오른다. 숨을 토하며 오르면, 한숨 가다듬는 내리막 길이 있다. 끊임없이 이를 반복하게 만드는 길게 이어진 길. 초봄인양 온화함을 품었던 풍경에서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가을로 변하더니 마침내 겨울의 풍경으로 전환된다. 이제 눈이 쌓인 산자락이 시야에 들어온다. 살짝 귀가 먹먹해짐을 느끼니, 높은 고도에 올랐음을 인지하게 된다. 이제서야 진짜 산을 오르기 시작한 모양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단 하나다. 그 길 한 켠에 잠시 정차했다. 먹먹한 귀의 상태에 적응도 할 겸, 옳게 오르고 있는지 확인도 할 겸 말이다.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우리가 지나 올라온 길이 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나 올라온 걸까? 위에서야 비로소 내려다보이는 지난 여정. 지금까지 내가 올라온 길이, 여태 살아온 인생살이와 오버랩 되며 하나씩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주변엔 차가운 하얀 물감으로 채색된 산 뿐이다. 불과 한 시간 전에 머물렀던 마을과는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설원의 고요한 길 위에 우리만 존재한다. 마치 하얀 한지 위에 붓으로 찍힌 점처럼. 발 아래 보이는 시원스런 풍경은 겨울과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하얗게 펼쳐진 드넓은 설원을 친구들과 함께 만끽한다. 어린 시절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간 것 마냥 눈싸움을 하고, 깔깔거리며 달려보기도 한다. 눈이 만들어낸 하얀 설원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즐겁다.


 





















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가보기로 했다





리프트가 올라갈수록 산은 내 발과 더 가까워진다. 그렇게 보이는 깎아지른 듯한 돌산에 얹혀진 만년설과 최근의 부드러운 눈이 만나 새로운 장관을 만들어낸다.

까마득하게 멀리 우리가 올라온 길이 아련하게 보인다. 눈부신 설원은 푸른 하늘을 더욱 푸르게 만들어낸다.

여정의 시작에 머무른 마을에선 볼 수 없었던 자연의 조각들. 그 계곡의 층들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산의 자태.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신비로움을 만끽하는 순간들이다.
    










깊은 산 속의 낮은 도시의 그것보다 훨씬 짧다. 해는 금새 사라지고, 애초에 고대했던 그 녀석과의 만남을 기대해본다. 사실 오로라는 일주일을 기다려도 보기 힘들다고 했다. 과연 우리는 단박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올라오는 길 우리 눈에 띈 공간이 있었다. 산 중턱에 있던 호수. 그곳에 자리를 잡아보기로 했다. 호수는 가까이 가면 갈수록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호수는 마치 거울처럼 눈으로 뒤덮인 산의 자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 자태에 압도된 우리는 말문이 막혀 즐거운 대화마저 멈추었다. 고요와 적막을 동시에 품어낸 그 공간. 침묵하니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의 속삭임이 들린다. 뉘엿뉘엿 태양을 삼켜버린 산을 무대 삼아 춤추듯 내려오는 바람의 소리가 느껴진다. 호수에 투영된 풍경의 자태가 그 바람에 살짝 일렁인다. 바람과 호수가 대화하는 굉장한 장면이다.

 

산자락으로 태양이 이동하며 만들어내는 하늘 색 또한 아름다우며 여유롭다. 그 하늘을 잠시나마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차 위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팔베개를 하고 가만히 하늘을 바라본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하늘과 대화를 나누어본다. 평소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바라봄이 공명되어 우리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불빛 하나 없는 고요한 호수 곁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새 밤의 장막이 쳐졌고, 우리는 적막의 시간 가운데에 들어서 있다. 그 순간! 저쪽 하늘에서 일렁이는 어떤 색채가 보인다. 마치 꿈틀거리는 토네이도처럼 점차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고요의 시간은 신비의 순간으로 전환된다. 어떤 의식도 못한 채 입에서는 ‘아…’라는 감탄사가 토해진다. 평생 단 한번도 경험치 못한 경이로운 순간의 시작이었다. 어떤 과학자가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던 그의 인생이 오로라를 본 전과 후로 경계되어진다”고 했던 말이…
 

 

이 순간과 마주하기 위해 이 먼 곳으로 날아오고, 달려왔었나 보다. 사운드가 제거된 무성영화처럼 하늘은 경이로운 캔버스가 되었고, 신비로운 스크린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경험치 못한 새로운 발견의 여정에 한껏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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