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er. THE STRUGGLER
캄차카,
뜨거운 스트러글러의 행선지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즈키 Петропа?вловск-Камча?тский 공항에 발을 딛자, 숨막히는 장면이 펼쳐졌다. ‘푸르다’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채도와 명도가 서로 다른 새벽의 푸른색이 온 하늘에 가득했다. 탁 트인 시야엔 거대한 흰 화산 두 개가 어른거렸고, 꼭대기에서는 흰 연기가 쉼 없이 피어 올랐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광경이었다. 막 동이 터 오는 캄차즈키의 하늘은 태양빛 물감을 떨군 푸른 빛 팔레트가 번지듯 주황, 빨강, 분홍, 그리고 다홍색으로 시시각각 물들어갔다. 활주로에서 공항 건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타는 그 잠깐 동안, 우리는 벌써 캄차카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다.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캄차카를 가게 될 줄은. 낯설고 아득하기만 한 그 곳을 행선지로 결정한 건, 그 동안 우리가 꽤나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들 하지만 아픈 청년들이 될 생각은 없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투쟁하며 행복을 쟁취해 온, 자랑스러운 ‘스트러글러’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업에 뛰어든 지 몇 년이 흐르자 우리도 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매너리즘에 빠지고 ‘번아웃’ 상태에 이른 우리에게 별 일 없고, 별 재미도 없는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갔다.

 







캄차카Камча?тка를 떠올린 건 그때였다. 2017년이 다 가기 전에, 우리를 일깨울 새로운 ‘스트러글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캄차카 주는 러시아 동부 캄차카 반도에 위치하는 지구 최대의 야생지역이다. 주도는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 47만 2300제곱킬로미터의 면적과 인구 45만 7000명을 거느린다. 대지의 심장으로 불리는 활화산, 캄차카 화산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다. 떠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당연하게도, “대체 거기가 어디에요?”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캄차카를 잘 몰랐다. 그때마다 쾌재를 불렀다. “우리에게 딱 맞는 곳이구나!” 그곳에서 보고 듣고 겪는 모든 것이 다른 이들에겐 새로운 이야기가 될 테니까. 캄차카에 갈 거라고 말할 때마다 마음 속에 뭔지 모를 묘한 흥분이 일었던 건 그래서다. 









볼을 에는 영하 30도의 추위가 여전히 느껴지질 않았다.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즈키 공항의 강렬한 첫인상은 모든 것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멀리서 일정을 함께 할 율리아와 친구들이 손 흔드는 모습이 눈에 들자, 그제야 낯선 곳에 당도했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율리아는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신나게 빠에야 헐리!(Let’s go!)”를 외쳤다. 서둘러 지프차에 올랐고, 율리아와 친구들이 키우는 허스키 아샤가 우리를 반기듯 뒷좌석으로 따라 뛰어들어왔다. 새벽 하늘과 붉은 태양, 흰 화산과 입김을 내뿜는 커다란 허스키가 이 여정의 서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 에필로그. 영하 30도의 추위 속에서 36.5도의 마음을 나누다
떠나기 전, 잠시 상상했었다. 러시아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살지. 사람들이 추위에 얼굴을 꽁꽁 싸매고 다녀서 말도 붙이기 어렵진 않을까. 거칠고 센 러시아어 발음처럼 사람들도 쌀쌀맞고 무뚝뚝하진 않을까. 알고 보면 정작 얼음장 같은 마음을 가진 건 우리였는지 모르겠다. 

캄차즈키의 한 바에서 만난 드미트리와 소피아 부부는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우리에게 그들의 곁을 내어 주어주며 낯선 여행객을 진심으로 환영해 주었고, 경유지였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택시기사 알렉산드리아는 우리가 짧은 시간 동안 이곳에서 체류한다는 것을 듣고 깜짝 시내 투어를 시켜주었다. 흐뭇하게 웃던 그는 추가 금액도 받지 않고 우리를 공항에 데려다 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하바로브스크에서도 친절한 인연은 이어졌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먼이라는 사내는 늦은 시간 시내에 도착한 우리를 유창한 언어로 안내했고, 가까운 식당까지 택시를 태워 보내줬다.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 것인지, 식당까지 우리를 찾아와 되도록 밤거리는 다니지 말라는 말과 함께 돌아가는 택시를 부르는 방법까지 알려주곤 홀연히 돌아갔다.





낯선 곳에 있다는 이유로 그들과 좀 더 마음을 열고 부대끼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여행이란 결국,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인연을 발견하는 게 아닐까. 지구상 첫 해가 떠오르는 극동에서, 세상 어느 곳보다도 따뜻한 사람들을 마주했다. 


FACEBOOK TWITTER KAKAO STORY NAVER BLOG URL

Discoverer Story

Discoverer

URL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