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er. THE STRUGGLER
캄차카의 해와 달 사이











[아바차 만 환상 비행]

지프차가 경사 높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가는 길, 안전펜스도 없는 도로는 꽝꽝 얼어붙어 있었다. 차가 자꾸 미끄러질 때마다 마음이 초조했다. 율리아는 우리의 표정을 눈치챈 듯 웃으며 말을 건넸다. “미야치 꾸이!(Don’t worry.) 우리에겐 베스트 드라이버가 있잖아.” 가까스로 아바차 만 언덕 꼭대기에 닿자, 창 밖으론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즈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절경이 펼쳐졌다. “와아!” 감동을 채 누리기도 전에, 기다리던 패러글라이딩 팀이 언덕 끝으로 우리를 잡아 끌었다. “빨리 뛰지 않으면 해가 지고 말 거야!” 패러글라이딩은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고도가 높고 풍속이 강해서 도약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미끄러져 넘어진 게 몇 번이었던가. ‘뛰는구나’하는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매 순간 우리는 발을 굴렀다. 칼바람이 불어 닥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바로 그 때, 마지막 시도했던 도약으로 온 몸이 ‘부웅’ 떠올랐다. 비행의 시작이었다. 







살포시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캄차즈키 시내를 감싼 카라약스키와 아바친스키 화산이 드러나자, 모두가 말을 잃고 말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형언하기 힘들다’고 하지 않나. 캐노피의 왼편으로는 아바차 만 수평선에 내려 앉는 태양이, 새하얀 화산의 오른편엔 앨리스를 쫓는 체셔의 웃음 같은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그 한 가운데 있었다. 모두가 그 광경 앞에서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주저했다. 놀라움에 환호성을 질렀던 우리는 이내 조용히 풍경을 만끽했다. 발 밑으론 시내와 항구가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높고 화려한 건물이 없는 이 도시의 밤엔 소박하고 정겨운 불빛들이 아른거린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주황빛이었다. 활강을 마친 패러글라이드는 꽁꽁 언 강 위에 착륙했다. 언덕에서 뛰어내려 강물 위로 착지하다니, 오직 겨울 패러글라이딩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묘미였다. 









[별이 쏟아지는 그리샤 할아버지 산장]

아바친스키 낙타봉 기슭에 있는 그리샤 할아버지의 산장은 우리에게 여정 최고의 시간을 선사했다. 부엌에서는 늘 향긋한 차가 끓었고,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주인장 할아버지의 제스처와 표정엔 반가움이 역력했다. 정다운 저녁상엔 날마다 할아버지가 내어준 햄과 염장한 생선이 올랐다. 가장 황홀했던 것은 밤 10시가 되면 모든 불이 꺼진다는 사실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조명을 끄는 게 아니라, 모든 전기를 차단시키는 것이다. 날 것 그대로의 자연에 완연한 어둠이 내린 후, 매일 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수많은 별들이 빛을 발하곤 했다. 북두칠성, 오리온자리,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수 많은 별자리들. 여기저기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내리는 별똥별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 올랐다. 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확연히 늘어났다. 3천 개인지, 5천 개인지, 아니면 수 만 개인지. 그렇게 별을 헤아리며 한참을 눈밭에 누워있었다. 추운 줄도 몰랐다. 밤하늘이 우릴 감싸 안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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