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er. THE STRUGGLER
아바친스키 화산 :
지구의 고동을 느끼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낙타봉이 보였다. 나무로 둘러싸인 한국의 산과 달리, 이곳의 산은 그저 탁 트인 설원이다. 시야에 거칠 것이 없다. 아이스링크처럼 빛나는 땅에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신선한 눈 밟는 소리가“으악! 이거 뭐지?!” 잠을 자다 놀라 한밤중에 벌떡 일어났다. 지진이었다. 테이블이 양 옆으로 덜덜 움직일 정도로 생생한, 리히터 규모 5정도의 진동이었다. 우리는 활화산에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캄차카 화산군에는 아직 활화산이 29개나 있다. 이 지진도 한 봉우리가 분화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즈키 공항에 처음 내린 아침에도 아바친스키 화산 꼭대기에서는 흰 연기가 쉴 새 없이 피어 오르지 않았던가. 책에서만 보던 화산이 우리 눈 앞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 화산의 품의 안겨 하룻밤을 보낸 것이었다. 





아바친스키로 향한 것은 여행의 셋째 날이었다. 뜨거운 화산과 차가운 눈을 오롯이 느껴 보기로 했다. 노련한 스노모빌 드라이버 우와와 여행 코디네이터 아르쫌을 만나 산기슭까지 커다란 지프차를 타고 들어갔다. 1시간 남짓 달렸을까, 눈이 어느 정도 쌓인 곳까지 들어서면 더 이상 차를 탈 수가 없다. 









스노모빌을 탈 차례다. 이때는 중무장이 필수다. 속력이 빠르고 바람이 강한 데다, 적설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고글과 안면 마스크, 넥워머, 장갑을 챙기고 대형 방한부츠까지 챙겨 신었다. 커다란 썰매를 매단 스노모빌에 닿자 조금 긴장이 됐다. “위잉!” 마음을 다잡을 새도 없이 스노모빌이 바람을 갈랐다. 짜릿했다. 그러다 문득 질주하는 썰매 위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주위 풍광을 보면, 이상하게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 했다. 







지구와 시간 개념이 다른 행성에서 탐사선을 타고 유영하는 듯한 기분. 정신을 차려 보니 속눈썹에 얼음이 맺힐 정도로 바람이 매섭다. 스노모빌의 바퀴에 부서지는 눈꽃이 햇빛에 반짝였다. 그때 아르쫌이 말을 걸어왔다. “우리가 지금 어디 있게?” 주위를 둘러보니 겹겹이 쌓인 강변의 퇴적층이 길 양쪽으로 펼쳐졌다. “여긴 강이야.” 겨울이 되면 강물이 얼고, 그 위로 눈이 쌓여 단단한 길이 되는 것이다. 여기가 아니라면 강을 달려 산을 오르는 진귀한 경험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낙타봉이 보였다. 나무로 둘러싸인 한국의 산과 달리, 이곳의 산은 그저 탁 트인 설원이다. 시야에 거칠 것이 없다. 아이스링크처럼 빛나는 땅에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신선한 눈 밟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맨 손으로 낙타봉을 기어 올랐다. 가파른 눈 언덕을 걷어차면서, 발 디딜 곳을 만들었다. 그렇게 끝까지 올랐다. 자연 안에서 모든 시름을 잊는다는 게 바로 이런 순간이리라. 꼭대기에서 산 아래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일몰의 시간, 사방이 적요했다. 산은 어느새 연보라색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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