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er. THE STRUGGLER
세상의 끝 캄차카 :
화산군 헬기 투어



[상공에서 바라본 캄차카 화산] 

짙은 안개와 함께 캄차즈키의 아침이 밝았다. 캄차카 화산군 헬기 투어를 계획한 날이었다. 간신히 이륙은 할 수 있지만 새벽에 내린 눈이 땅에 얼어 붙어서 랜딩이 어려울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캄차카 화산은 워낙 거대해서 헬기를 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투어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풍경이 제값을 할 거라 믿었다. 그룹 투어를 신청한 우리는 4인용 소형 헬기를 타기 위해 옐리조보의 헬기 공항 대신 바다 근처의 작은 이륙장으로 이동했다.









헬기는 눈 덮인 화산을 향해 천천히 날아올랐다. 사방이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좌석은 시야가 훤했다. 어느새 기체는 산에 닿을 듯 말듯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고, 오르락 내리락 산 능선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봉우리엔 흰 눈이 자욱했다. 마른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구름이 실처럼 걸린 한편, 산 위의 분화구 자국이 선명했다. 과연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봉우리, 그 다음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그 다음엔 또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고렐리 화산 너머로는 짙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성냥갑같이 알록달록 작은 마을, 웅장한 칼데라 호수가 연이어 나타날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그러던 중 몇몇의 심한 멀미로 예정에 없던 랜딩을 시도했다. 당도한 곳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골짜기였다. 











멀리 검푸른 망망대해가 넘실거렸다. 자갈밭 위엔 동사한 물새들의 사체가 널려 있었다. 이곳이 바로 어디에도 없는 곳, 세상의 끝인 것 같았다. 정신이 아득한 채 파일럿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싱긋 웃어 보였다. 숨겨둔 비경을 너희에게만 엿보게 해주었다는 듯 말이다. 
 




[러시안 온천의 뜨끈한 맛]

캄차카의 해는 즐길 만하면 금세 떨어져 버린다. 돌아오니 어둑한 저녁이었다. 곳곳이 화산인 캄차카에는 지하의 뜨거운 열기로 데워져 생성된 자연 온천이 많다. 파라툰카Парат'унка는 캄차카의 이름난 봉우리 중 하나인 빌류친스키 인근의 마을로,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즈키에서 차로 1시간 정도만 가면 닿을 수 있는 대표적인 온천지역이다. 

온천장 안타리우스 호텔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모든 사람들은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대부분이 가족 단위의 러시아 관광객이었다. ‘러시안 온천’이라는 장소가 문득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주위의 따가운 관심 속에서 눈치껏 옷을 갈아입고 노천탕으로 나섰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눈총쯤이야 충분히 감내할 만한 아름다움이었다. 나무들과 눈, 얼음으로 둘러싸인 드넓은 노천탕에서 쉴 새 없이 수증기가 피어 올랐고, 연말을 맞아 반짝이는 조명으로 장식한 호텔 건물은 화사하기 그지 없었다. 영하 12도의 날씨, 화산이 데운 자연 온천수는 적당히 따끈했다. 어스름한 저녁, 얼음과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 그리고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는 옥빛의 온천. 자연이 우리에게 안긴 황홀한 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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