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er. Analog-In
아날로그-인,
쿠바에 녹다.

[Analog-in Cuba]_시작




조급함 

우리는 매번 모든 것을 빠르게 원했고, 해왔다. 참아내기 어려운 궁금한 것 전부를 제한 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끝을 모르는 기술 발전은 그렇게 우리의 삶과 경험을 치열하게 저장해냈고, 감당할 수 없는 중압감으로 변해갔다.

기술이 주는 혜택을 내려놓고 싶었다. 잠시라도 우리의 삶과 경험에서 그것들을 생략하는 일. 예측 가능한 기술적 찰나들을 사라지게 하는 일, 당면한 그 순간을 의식하고 느끼는 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숱한 날들을 섬세하게 읽어내지 못했던 우리를 잠시나마 정의 내릴 수 없는 고지로 이끌게 하는 일. 잠시 멈춰, 속도의 균형을 찾은 이 나라, 쿠바에 온 이유다.

 






사람들
미소로 일관된 쿠바 사람들의 얼굴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이상에 가까웠다. 알파벳 몇 가지로 검색할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발걸음을 옮기고, 미숙한 언어를 건네고, 악수로 화답해야 나올 수 있는 결과물에 가까웠다.

사실, 쿠바에 오기 전 걱정이 많았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건넨 몸짓은 별 탈 없이 그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해주었다.

쿠바 사람들의 뛰어난 미소는 그 자체로 언어의 형태와 유사했다. 눈과 귀를 자극했고, 책상에 앉아 공책을 펼치고, 적어야 할 중요한 덕목 같았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그들을 묘사했다. 표정, 말투, 몸짓까지, 그게 본디 우리의 것이 아닐지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따랐다.






아날로그 연습
올드카는 지루함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쓴맛, 고된 맛 모두를 겪어서 그런지, 한 치 앞선 즐거움이 무엇인지 아는 듯했다. 맨바닥을 온몸으로 느낀다. 울퉁불퉁, 우리는 정돈되지 않은 대부분의 거친 땅과 동등한 조건 아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어려운 인터넷 환경 덕에 디지털과 자연스레 거리를 두었다. 빈 시간이 생겼고, 여러 가지를 구상했다. 거리를 다양하게 수놓는 쿠바의 전통 음악 앞에서 정신을 놓기, 멈춘 도시의 중심에서 시간이 가는 것을 목놓아 기다리기, 목적지 없이 골목을 텅 빈 그릇처럼 배회하기, 덕분에 채울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아졌다. 디지털 세계에서 이탈 후, 더 기념할 수 있었던 일이나, 이해하려고만 애썼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여기가 쿠바다.'

마치 쿠바를 지키는 파수꾼이 된 듯, 한눈팔지 않으려 했던 문장. 여러 의미 부여가 된 상태에서 오게 된 이곳을 간절히 움켜잡고 싶은 말이었다.

정의가 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곳. 개성과 보존, 허물어져가거나, 새로 지어지는 것들. 그 틈 사이에 끼어든, 발 디딜 곳조차 없는 도시에서 온 방랑자들은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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