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er. Analog-In
우리가 바라던 바다

<바라던 바다>

말레콘
하바나의 말레콘, 역사적으로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쿠바의 대표적 해변이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낚시꾼, 밤새 음악과 함께 춤추는 사람들,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연인들이 있는 곳.

말레콘의 진정한 매력은 해질 무렵이 돼서야 나타난다. 선홍빛 노을이 낡고 쓰러질 듯한 건물들을 비추고, 넓은 해안 대로를 따라 지나가는 오래된 자동차들의 낭만적인 소음이 파도 소리와 어우러지며 매일매일 말레콘을 완성한다.





<올드 아바나>

노을이 지는 말레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말레콘은 이미 석양으로 물들고 있었다. 지구를 반바퀴 돌아온 탓인지, 얼마 전 헤어진 여자친구 때문인지, 바다를 넘어가는 해가 유독 슬프게 느껴졌다.






<말레콘, 사람들>

낚시하는 아저씨의 낚싯대를 잠시 잡아보기도 하고, 어둑해지는 바다를 배경 삼아 사진도 몇 장 찍어보았다. 그래도 역시 말없이 노을을 바라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스피커 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말레콘, 석양>

말레콘을 보면 쿠바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아직까지 공산주의가 유지되고 있는 국가. 그 덕분인지 새벽 세시가 되어도 말레콘은 사람으로 가득 차있다. 난 짬을 내서 이렇게 쿠바에 왔고, 다시 돌아가면 다시 팍팍한 경쟁을 하며 살아가야 하지만 이방인의 눈으로 관찰한 그들의 얼굴은 마치 아무런 걱정이나 스트레스가 없는 것처럼 평온하고 행복해 보였다. 괜스레 상념에 빠지며 바다를 바라보다, 금세 어두워졌음을 깨닫고 자리를 일어났다. 밤의 올드 아바나 거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카요코코]
아침이 밝았다. 카요코코로 떠나기로 한 날. 쿠바까지 왔으니 카리브해에서 모히또는 한 잔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가기로 한 곳. 사실 쿠바를 오는 도중 비행기가 연착되며 우연히 만나게 된 여행 작가님이 꼭 가보라며 추천했던 곳이었다.

카요코코는 쿠바의 가장 변두리 지역에 위치해있다. 하바나에서 차로 7?8시간을 달려가야 하고, 버스 같은 대중교통 루트가 없어 택시를 렌트하여 이동해야만 한다.
 



<카요코코 가는 길 -1>

우리를 카요코코까지 안내해준 기예르모. 대부분의 쿠바인들이 그렇듯, 8시간을 운전해 가는데도 항상 즐거워 보인다. 통하지도 않는 언어로 몸짓 발짓 써가며 어떻게든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카요코코로 가기 때문에 오랜만에 집에 들러 아내를 볼 수 있다고. 그래서 유독 즐거워 보였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카요코코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원주민이 살고 있던 모기 섬이었다. 1988년이 돼서야 본토와 연결되고, 1992년 첫 번째 호텔이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했다. 쿠바 본섬과 카요코코를 연결하는 길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다리가 아닌 흙으로 길을 메워 놓은 형태였다. 그 때문인지 잔잔한 물이 하늘과 합쳐지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 연상되었다.




<카요코코 가는 길-2>

사실 우리는 아날로그 컨셉이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어떠한 예약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카요코코로 갔다. (실제로 쿠바는 인터넷 예약이 잘 안된다.) 이것은 굉장히 큰 실수였다. 도착해보니 모든 호텔이 리조트였고, 밤 8시 주말이라 방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었다. 몇 시간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한 결과, 하나 남은 방을 찾아 다행히 숙박할 수 있었다. No hay problema! (No problem)라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안내해준 기예르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그는 아내를 만나러 떠났다.
 



<기예르모와 함께>

카요코코의 리조트는 멕시코의 칸쿤처럼 대부분이 올 인클루시브 형태다. 식음료가 모두 숙박료에 포함되어 있고, 리조트 소유의 해변을 투숙객이 이용하는 형태다. 아직 바라데로 같은 유명한 관광지처럼 대중화되지 않아, 다소 프라이빗 한 느낌이 있다. 카리브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만큼, 심해 낚시나 스킨스쿠버 같은 해양 엑티비티가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처음 맞이한 카요코코는 해가 뜨고 있었다. 도착한 시간이 밤이었고, 시차 적응이 안 되어 밤을 꼬박 새웠기 때문이다. 아직 해가 올라오지 않아 흰 백사장도, 에메랄드 색 바다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도 없는 새벽의 카리브해에서 뛰어다니고, 사진 찍고,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다 방으로 돌아왔다. 카리브해의 일출은, 당연히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카요코코, 아침>

잠시 잠을 청하고 리조트 밖으로 나왔을 때는 아주 새하얀 백사장과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기대에 부응하는 풍경이었다. 밤낮이 바뀌어 멍한 정신 때문인지, 어딘가 꿈처럼 느껴졌지만. 


우리 셋 모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좋아했다. 쿠바는 그 소설의 배경이기도 했다. “언젠가 쿠바에 가면 꼭 헤밍웨이처럼 낚시를 해봐야지” 늘 생각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본다. 모터보트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저 바람을 동력 삼아 한참을 멀리 나갈 수 있었다. 파도가 어찌나 강한지, 몇 시간을 넘실넘실 바다 위에서 출렁거렸다. 멀미가 안 나는 건 역시 분위기 탓인가, 아니면 낚싯대에 너무 집중을 해서 그런 건가.

 결국 우리 셋 중 한 명이 커다란 물고기를 한 마리 낚았다. 비록 노인이 잡았던 청새치는 아니었지만, 이런 고기가 이토록 쉽게 잡히다니. 바다 한가운데 빠져 물고기들과 한참을 놀고는 녹초가 되어 해변으로 복귀했다.







그간 여행을 하며 수많은 바다를 보았지만, 카리브해는 독보적 매력이 있다.
해적들이 누비고 다녔을 것 같은 전형적인 바다의 모습. 푸른 망망대해로 가다 보면 지평선에서 조니 뎁이 나타날 것 같다. 그리고 칵테일 같은 바다색. 왠지 짠맛보단 취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색. 그렇다면 모히또를 한잔해야지. 해변의 바에 가서 주문해본다. 모히또는 만들기 귀찮으니까 시키지 말라는 카리브 청년의 툴툴거림이 한줌 정도 들어가줘야 진짜 모히또라는 걸,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차가운 잔을 들고 선베드에 몸을 기댄 채 푸른 바다를 안주 삼아 한 잔, 두 잔 들이켜본다.
 

<이것이 내가 바라던 바다. 카요코코.>

유치한 카피라이팅을 머리 속에 꾹꾹 눌러 담으며, 낮잠을 청해본다.





<모히또하면 카리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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